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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서도초, ‘스마트 갯벌 생태학’의 새 지평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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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배 대신 ‘코딩 로봇’ 만들고, 장화 대신 ‘VR’ 쓰다… 서천갯벌에 디지털 혁신 입혀
교실로 순간이동 한 유네스코 갯벌… ‘자연의 보존’을 넘어 ‘미래지향적 공존’을 설계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갯벌 생태 체험이라고 하면 으레 진흙투성이가 된 장화와 갯벌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충남 서천군 서도초등학교의 교실에서는 이 오래된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부수는 경이로운 교육 혁명이 일어났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이 바다의 짠내를 품은 채, 가상현실(VR)과 로봇 코딩이라는 21세기 최첨단 날개를 달고 아이들의 책상 위로 사뿐히 내려앉은 것이다.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고 갯벌의 가치를 주입하는 평면적 환경 교육의 시대는 끝났다.

 

서도초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야심 차게 선보인 학교로 찾아가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은, 수천 년을 이어온 갯벌의 원초적 생명력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의 기술적 감수성이 가장 완벽하게 교차하는 ‘미래형 생태 교육의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저학년 학생들의 교실은 거대한 심해 탐험선이자 타임머신으로 변모했다.

 

‘VR 및 메이킹 체험으로 배우는 한국의 갯벌’이라는 주제 아래, 아이들은 거추장스러운 장화 없이도 갯벌의 심장부로 깊숙이 들어갔다.

 

웹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와 VR 기기는 물리적 시공간의 한계를 단숨에 허물었다.

 

아이들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갯벌의 광활함에 탄성을 내뱉었고, 눈앞에서 생생하게 꿈틀거리는 저서생물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숨죽여 관찰했다.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갯벌은 멀리 있는 보호 구역이 아니라, 손에 잡힐 듯 생동감 넘치는 ‘나만의 생태 놀이터’로 재탄생했다. 자연의 가치를 가장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흡수하는 순간이었다.

 

고학년(5~6학년)의 교실에서는 생태 보존을 넘어선 한 차원 높은 융합 교육(STEAM)의 진수가 펼쳐졌다.

이들의 미션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선 ‘설계와 창조’였다.

 

먼저 갯벌이라는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선조들이 고안해 낸 훌륭한 이동수단인 전통 ‘뻘배’의 과학적 원리와 역할을 탐구했고 곧바로 질문의 방향을 과거에서 미래로 틀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른이 될 미래의 갯벌 이동수단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이들은 레고 교육용 로봇인 ‘스파이크 프라임’을 집어 들었다.

 

갯벌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신만의 미래형 이동수단을 설계하고 코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블록 장난감이 아니었다. 생태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력과 협업 능력, 그리고 코딩을 통한 문제 해결 역량이 폭발적으로 융합되는 ‘미래형 생태 엔지니어링’의 현장이었다.

 

아이들은 자연을 보호하는 수동적인 관찰자를 넘어, 자연과 기술이 상생하는 미래를 직접 설계하는 능동적인 창조자로 진화하고 있었다.

 

자연과 기술, 전통과 미래가 절묘하게 교직(交織)된 이번 교육의 성공 이면에는 서도초등학교의 확고한 교육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김대섭 교장은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과 메이커 활동을 통해 우리 지역의 세계유산인 갯벌을 더욱 친숙하게 이해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지역 자원을 활용한 체험 중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는 밝혔다.

 

서도초등학교 교실에서 쏘아 올린 이번 생태 에듀테크의 신호탄은 강렬하다. 갯벌은 단순히 지켜내야 할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끝없는 무대이자, 첨단 기술과 만나 새로운 미래 가치를 잉태하는 훌륭한 인큐베이터다.

 

VR 글라스를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마주하고, 로봇 블록으로 갯벌의 내일을 조립하던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 속에서, 서천 갯벌의 찬란한 천년의 미래가 이미 싹트고 있다.

프로필 사진
권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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