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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패널에 갇힐 위기의 ‘생명의 요람’… 서천 부사호, 유네스코 자연유산의 자존심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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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흑두루미와 저어새의 화려한 춤사위, 세계적 철새 거점의 증명
‘친환경’의 탈을 쓴 생태 파괴… 군수 공약 ‘햇빛연금’ 호도하는 탐욕 민낯
7월 세계자연유산위원회 목전, 완충구역 훼손은 대한민국 향한 ‘국제 망신’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운 생명의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곳, 충남 서천의 부사호가 지금 위태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진귀한 새들이 날아들어 생명의 경이로움을 증명하고 있는 이 신성한 요람 위로, 이른바 ‘수상태양광’이라는 차갑고 거대한 인공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수천 년을 이어온 위대한 생태계를 짓밟으려는 역설적인 풍경.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서천지속협)가 쏘아 올린 ‘수상태양광 전면 철회’의 절규는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이는 전 세계가 함께 지켜야 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심장을 겨눈 비수를 막아내기 위한, 지극히 당연하고도 숭고한 저항이다.

 

부사호의 가치는 인간의 얄팍한 계산기를 뛰어넘는다.

 

지난달 24일, 서천지속협과 시민 조류모니터링 조사단(도토리자연학교)의 렌즈에 포착된 장면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흑두루미’의 어린 유조가 날갯짓을 하고, 멸종위기 I급에 빛나는 ‘저어새’ 36마리가 거대한 무리를 지어 평화롭게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확인된 것이다.

 

이미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을 통해 멸종위기 1급 황새의 든든한 겨울나기 터전임이 입증된 데 이어, 성조와 유조를 가리지 않는 흑두루미와 대규모 저어새 무리의 연이은 방문은 부사호가 단순한 호수를 넘어 전 지구적 멸종위기 조류의 ‘생명선’이자 대체 불가능한 ‘핵심 요충지’임을 세상에 공표한 사건이다.

 

이토록 찬란한 생태적 가치가 극에 달한 시점에, 수면 위를 검은 패널로 뒤덮으려는 개발 업자들의 강행군은 지역 사회의 거센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들이 유승광 서천군수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햇빛연금’을 교묘하게 방패막이로 삼아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의미의 햇빛연금은 유휴부지를 활용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이익을 나누는 상생의 철학이지만 살아 숨 쉬는 생태계를 파괴하며 얻어내는 수익은 상생이 아닌 ‘약탈’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홍성민 서천지속협 국장은 “주민 이익 공유라는 공약의 본질을 왜곡해 환경 파괴를 일삼는 업자들의 행태는 군수 당선인의 정책 방향과 절대 맞지 않는다”라며, “자연을 거스르고 지역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의 수상 태양광은 결코 올바른 햇빛연금이 될 수 없다”라고 일갈했다.

 

수상 태양광이 강행될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가혹하다.

 

부사호는 홍수 시 방류된 물이 서천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춘장대해수욕장으로 직접 유입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수면이 태양광 패널로 덮이면 빛이 차단되고 수질 오염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된다.

 

이는 곧 청정 관광지로서 서천이 쌓아온 이미지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또 다른 표적이 된 배다리(주항)저수지 역시 상황은 참담하다.

 

멸종위기 식물인 매화마름과 우아한 자태의 큰고니가 기대어 사는 이곳에 거대한 구조물이 들어선다면, 생물들의 서식처 붕괴는 물론 서천 특유의 아름다운 수변경관마저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서천갯벌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인류가 함께 보호할 것을 약속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부사호는 이 위대한 갯벌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완충구역’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가오는 7월, 제48차 세계자연유산위원회라는 굵직한 국제 행사를 목전에 둔 시점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완충구역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는 서천군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촌극이자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은 한 번 파괴되면 억만금을 주어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

 

생태계를 담보로 한 무분별한 개발 청구서는 결국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미래 세대의 빚으로 돌아온다.

 

부사호를 지키겠다는 서천지속협과 주민들의 뜨거운 연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우리 시대의 가장 치열하고도 의로운 방어전이다.

 

지금, 서천의 진정한 위기관리 능력과 생태도시로서의 자존심이 시험대에 올랐다.

프로필 사진
권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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