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풍요로워야 할 수확의 계절이 누군가에게는 애타는 절망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가지마다 탐스럽게 열린 열매를 눈앞에 두고도, 이를 거두어들일 일손이 없어 속을 태우는 고령 농가들의 현실이 그렇다.
특히 거대한 장마전선이 북상하기 직전의 시기는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르는 촌각을 다투는 ‘골든타임’이다.
지방소멸과 인구 절벽이라는 매서운 현실 속에서, 마산면의 한 매실 농가에 기적처럼 다가온 구원의 손길이 지역 사회에 잔잔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충남 서천축산업협동조합(조합장 조남일/이하 서천축협)이다.
축산 농가의 권익을 대변하는 이들이 업종의 경계를 넘어 일반 경종 농가의 든든한 방패막이로 나선 것이다.
지난달 18일, 살갗을 찌르는 듯한 때 이른 무더위 속에서도 마산면의 매실 농장에는 생기 넘치는 활력이 감돌았다.
조남일 조합장을 필두로 본소 및 지사사무소 직원 10명으로 구성된 임직원 봉사단이 팔을 걷어붙이고 농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날의 작업은 단순한 일손 돕기를 넘어선 ‘구출 작전’과도 같았다. 며칠 뒤로 예고된 장마가 시작되면 매실은 상품성을 잃고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
임직원들은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을 훔쳐 가며, 노부부가 차마 다 거두지 못한 초록빛 매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수확했다. 고령화로 텅 비어버린 들녘에 모처럼 사람의 온기와 웃음꽃이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서천축협의 행보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서천축협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나눔축산운동’의 숭고한 결실이다.
과거의 축산업이 우수한 축산물 생산이라는 1차원적 목표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축산업은 지역 사회와의 상생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서천축협은 매년 농번기마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 농가의 뼈아픈 현실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축산과 경종 농업을 구분 짓지 않고, 같은 땅에서 흙을 일구는 동반자로서 ‘하나의 농촌’을 지켜내겠다는 굳건한 연대 의식을 행동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조남일 조합장의 목소리에는 지역 사회를 향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이 묻어났다.
조 조합장은 “서천축협은 조합원과 지역 사회의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라고 단언하며,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내 일처럼 동참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하며, 이번 활동이 일손 부족으로 애타는 농가에 작게나마 실질적인 보탬이 되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금융과 경제 사업을 아우르는 지역의 핵심 기관으로서, 서천축협의 시선은 이미 더 먼 곳을 향해 있다.
명절 물품 기탁 등 소외계층을 향한 다각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며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거대한 돛을 올렸다.
위기의 시대, 텅 빈 농촌을 채운 것은 서천축협 임직원들이 흘린 정직한 땀방울이었다.
이들이 초록빛 매실밭에서 빚어낸 눈부신 연대와 상생의 발자취가, 메말라가는 지역 사회에 희망의 단비가 되어 오래도록 흐르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