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충남 서천의 초여름을 투명하게 수놓은 ‘바람의 옷’, 한산모시가 천년의 침묵을 깨고 미래를 향해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한산모시관 일대를 뜨겁게 달군 ‘제36회 한산모시문화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의 성공을 넘어, 대한민국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어떻게 현대적 감각과 결합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한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다.
서천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문옥배)의 주도하에 ‘한산모시, 오래된 미래’라는 압도적인 통찰을 주제로 내건 이번 축제에는 무려 11만 명의 구름 인파가 운집했다.
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유산인 한산모시짜기가 박물관의 유리장 너머에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찬란하게 살아 숨 쉬는 ‘오래된 미래’임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한 결과다.
이번 문화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전통을 소비하는 방식의 혁명적인 변화다.
과거의 축제가 한산모시의 역사적 가치를 재현하는 데 무게를 두었다면, 올해는 모시가 가진 무한한 확장성에 집중했다.
그 백미(白眉)는 단연 ‘한산모시 패션쇼’였다.
무대 위로 쏟아지는 조명 아래, 전통 직물인 모시는 세련된 현대 복식으로 재탄생하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는 전통 섬유가 지닌 우아한 선과 친환경적 통기성이 현대 하이엔드 패션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거대한 선언과도 같았다.
이와 함께 저산팔읍길쌈놀이 시연과 한산모시학교는 한산모시의 뿌리 깊은 서사를 관람객에게 입체적으로 전달하며, 역사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했다.
가장 놀라운 성과는 청년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신규 프로그램들이다.
재단은 전통 축제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되어 온 ‘노령화된 콘텐츠’를 탈피하기 위해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모시의 소리’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모시 풍경 만들기’와 ‘모시 ASMR 요가’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서천의 맑은 바람이 모시와 부딪혀 빚어내는 청아한 소리를 백색소음(ASMR)으로 활용한 요가 체험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선사하며 MZ세대의 감성을 완벽하게 저격했다.
한산모시 역사관 역시 세련된 큐레이션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전 세대가 언어와 세대의 장벽을 넘어 전통의 미학 안에서 교감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콘텐츠의 화려함 이면에는 방문객의 편의를 극대화한 주최 측의 치밀한 배려가 숨어 있었다.
재단은 행사장 곳곳에 그늘 쉼터와 대규모 휴게공간을 선제적으로 조성했다. 특히 한낮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먹거리 부스 일대에 설치된 안개형 냉각수(클링포그)는 방문객들에게 쾌적한 오아시스를 제공했다.
이러한 디테일은 관람객의 체류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고, 결과적으로 단순 방문형 행사를 넘어 가족들이 온종일 머물며 즐기는 ‘체류형 명품 축제’로의 도약을 완성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문옥배 서천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한산모시문화제는 전통문화의 보존을 넘어 미래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축제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한산모시가 지닌 대체 불가한 세계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서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관광 브랜드 축제로 진화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천년의 바람을 머금고 짜인 한산모시. 제36회 한산모시문화제는 1500년을 이어온 그 질긴 생명력이 앞으로의 천년을 향해 나아가는 위대한 첫걸음이었음을, 11만 명의 환호 속에서 눈부시게 증명해 냈다. 서천의 ‘오래된 미래’는 이미 눈부신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