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내포] 권주영 기자 = 사선(死線)의 국경을 넘어 자유의 품에 안겼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거대한 장벽이었다.
낯선 체제, 차가운 편견, 그리고 ‘이방인’이라는 꼬리표. 대한민국 사회가 북한이탈주민을 맞이해 온 방식은 그동안 시혜적인 쌀가마니와 일회성 정착금이라는 앙상한 ‘단순 복지’의 틀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충남도의회가 그 낡은 공식을 과감히 깨부수고, 북한이탈주민을 향한 시선을 ‘동정의 대상’에서 ‘공동체의 동반자’로 격상시키는 거대한 실험에 불을 지폈다.
도의회 ‘북한이탈주민의 사회통합 및 차별 해소를 위한 연구모임(대표 신순옥)’이 지난달 29일 충남창업마루나비에서 개최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는, 바로 이 혁명적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을 알리는 묵직한 신호탄이었다.
지난 2월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충남형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모델 수립’ 연구용역은 기존 정책의 치명적인 사각지대를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미래발전기획정책연구원이 도출한 결론은 명확했다. 밥을 주는 것을 넘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제시된 모델은 고용, 교육, 복지라는 전통적 지원망에 ‘심리적 치유’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했다.
탈북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보듬는 섬세한 심리 지원부터,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 창출까지, 단편적 지원을 넘어선 ‘입체적이고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충남도의 굳은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최종보고회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된 화두는 다름 아닌 ‘공감대’였다.
아무리 완벽한 제도적 지원망을 깔아두어도, 이들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거둬지지 않는 한 진정한 정착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북한이탈주민이 지역사회에 녹아들기 위한 열쇠가 지역민들의 다친 마음을 열고 선입견을 허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있음을 천명했다.
이는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이 단지 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가늠하고 성숙도를 높이는 ‘사회적 거울’임을 일깨워준다.
이 혁신적 발걸음의 중심에는 연구모임을 이끌어온 신순옥 의원의 뚝심 깊은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신 의원은 “북한이탈주민 문제는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통합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라고 단언하며, 현 정책의 한계를 통렬하게 짚어냈다.
단순히 지자체의 행정적 성과를 넘어, 다가올 통일 시대에 남북한 주민이 어떻게 한데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을지를 미리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충남에서 완성하겠다는 선언이다.
신 의원은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과 입법 추진을 통해 차별 없는 사회, 진정한 사회통합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흔들림 없는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충남도의회가 쏘아 올린 이 작지만 거대한 변화의 불씨는, 북한이탈주민 정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북극성을 제시하고 있다.
시혜의 손길을 거두고 연대의 어깨를 내어주는 곳. 먼저 온 통일인 북한이탈주민들이 비로소 이방인의 굴레를 벗고 온전한 ‘우리’로 피어날 수 있는 따뜻한 혁명이, 지금 충남도에서 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