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서천] 나종학 기자 = 1995년 8월, 충남 서천군 지역경제의 부흥을 이끌며 야심 차게 출범했던 ‘장항 원수 농공단지’. 48만여 ㎡의 너른 부지에 30여 개 기업이 둥지를 틀며 지역 발전의 든든한 심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 활기찬 단지 입구에는 무려 10년 가까이 시계가 멈춰버린 거대한 ‘회색 지대’가 존재한다.
한때 서천군민의 든든한 일터였으나, 이제는 무성한 잡초와 낡은 외관으로 단지 전체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는 DI동일㈜(옛 동일방직)의 폐쇄 공장이다.
끝없는 기다림과 무너진 약속 끝에, 서천군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더 이상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를 방관하지 않고, 행정처분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며 ‘장항 원수 농공단지’의 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DI동일㈜이 차지하고 있는 부지는 6만2,534㎡로, 농공단지 입구의 핵심 노른자위 땅이다. 이들의 과거는 눈부셨다.
고용 창출은 150여 명의 지역 주민이 고용(당시 기준)됐고 생산 규모는 2만6,572㎡의 대규모 생산시설 가동돼 연 매출 615억 원을 달성(2012년 기준)했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인건비 상승과 노동집약형 섬유산업의 구조적 한계라는 파도를 넘지 못하고, 기업은 2016년 3월 해외 이전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대규모 일자리가 증발했고, 지역 경제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DI동일㈜ 측은 계열사 이전 등을 통한 공장 재가동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이는 끝내 실질적인 이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군민의 기대는 철저히 배신당했고, 10년에 가까운 기약 없는 공백은 지역사회에 깊은 상실감과 불신만을 남겼다.
단지 입구를 차지한 대형 공장의 장기 방치는 단순한 미관 훼손을 넘어선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공장 주변은 수목과 잡초가 통제 불능 상태로 자라나며 흉물스럽게 변모했다.
이는 ‘장항 원수 농공단지’를 찾는 외부 투자자들이나 바이어들에게 치명적인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으며, 묵묵히 땀 흘리는 기존 입주기업들의 경영환경과 사기마저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군은 지난해부터 DI동일㈜ 측에 폐쇄 공장 활용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공장 재가동을 끈질기게 협의해 왔다.
하지만 기업 측이 대안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군은 읍소와 타협의 단계를 넘어 ‘법과 원칙’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군의 이번 대응은 명확하고 단호하다. 장기 폐쇄로 인한 농공단지의 기능 저하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에 군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엄정한 행정처분 절차 추진하고 동시에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공장 매각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에 따라 최후의 수단인 ‘입주 계약 해지’ 처분까지 검토하며 농공단지 본래의 기능 회복을 도모할 계획이다.
기업의 사유재산권도 중요하지만, 공공의 이익과 지역 경제의 생존이 걸린 산업단지의 핵심 부지를 무기한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의 방기다.
군의 이번 조치는 특정 기업에 대한 압박을 넘어, 무너진 행정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장항 원수 농공단지’에 다시금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정당한 조치다.
오랜 시간 멈춰 있던 6만2,000㎡의 심장이 다시 뛰어 서천 경제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이끄는 동력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 서천군의 단호한 발걸음에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