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n뉴스=서천] 홍영택 기자 = ‘농사의 반은 모내기요, 모내기의 반은 튼실한 모를 길러내는 일’이라고 했다. 벼농사의 첫 단추인 육묘(育苗)는 단순히 씨앗을 틔우는 과정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온도와 습도를 예민하게 맞춰야 하고, 막대한 시간과 노동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가장 고되고 까다로운 ‘노동집약적’ 과정이다.
인력난과 고령화로 신음하는 농촌에서 이 숨 막히는 육묘 과정을 개별 농가가 온전히 감당하기란 갈수록 버거운 현실이다.
이에 충남 서천군이 지역농업의 판도를 바꾸는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역농협을 거점으로 한 ‘벼 공동육묘장 지원사업’을 통해 농업인들의 가장 무거운 짐을 덜어내고, 영농의 편의성과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서천군의 공동육묘장 지원은 단순한 일회성 보조금 지급이 아니다. 이는 농업의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한 장기적이고 치밀한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군은 지난 2020년 장항농협을 첫 신호탄으로 삼아, 지역 내 거점 농협들을 잇는 거대한 ‘육묘 벨트’를 단계적으로 확장해 왔다.
현재가지 군은 총사업비 약 31억 원을 투입해 장항농협, 동서천농협, 한산농협, 서천농협, 판교농협을 비롯해 공동육묘 농가, 영농법인 등과 함께 ‘벼 공동육묘장’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전폭적인 투자는 개별 농가의 마당에서 이루어지던 아날로그식 육묘를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시스템화’로 탈바꿈시켰다.
농업인들은 이제 발아율 저하나 냉해 등의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고품질의 모를 공급받아 본연의 이앙(모내기) 작업과 농장 관리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새롭게 단장한 판교농협의 벼 공동육묘장은 군이 지향하는 농업 현대화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곳은 흙을 만지는 전통적인 농작업장을 넘어, 하나의 정밀한 ‘스마트 팩토리’를 방불케 한다.
새롭게 조성된 벼 육묘 발아장과 작업장에는 인간의 수고를 덜어줄 최첨단 장비들이 빈틈없이 들어섰다.
육묘상자 공급기를 통해 끊임없이 묘판을 자동으로 밀어 넣어 작업의 흐름을 유지하고 파종기로 한 치의 오차 없이 균일하게 볍씨를 파종해 발아율을 극대화한다.
또 적재이송기 & 랩포장기를 이용해 무거운 묘판을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안전하게 옮기고 포장한다.
이러한 현대화된 설비는 단순한 기계화가 아니다. 농업인들의 관절을 지키고, 땀방울을 줄이며, 궁극적으로는 생산된 묘의 품질을 균일하게 상향 평준화하는 획기적인 도약이다.
육묘의 짐을 내려놓은 들녘에는 한층 여유로운 활기가 돈다. 이는 서천군의 끈질긴 정책적 뒷받침이 현장의 목소리와 정확히 맞물려 돌아간 결과다.
김조원 농업정책과장은 “벼 공동육묘장 지원사업은 단순히 모를 길러주는 것을 넘어, 우리 농업인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영농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내고 벼농사의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서천의 모든 지역 농업인이 고르게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후 위기와 농촌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서천군은 묵묵히 방파제를 쌓고 있다. 농업인의 수요와 지역의 척박한 여건을 세심하게 반영해 벼 공동육묘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는 서천군의 뚝심 있는 행보. 그것은 가장 고된 노동을 기꺼이 아웃소싱해 주겠다는 든든한 약속이자, 농업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향해 던지는 가장 설득력 있는 청사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