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문단(文壇)] 입추

  • 등록 2025.10.08 15: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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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탯줄을 자르고 새벽잠에 빠진

귀뚜라미를 깨워 여행을 하고 싶다

목에 개줄 달아 앞세우고

어느 사막의 능선을 올라

장엄한 사막이 아침에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막여우는 귀뚜라미를 보고 입맛을 다시며

내 뒤에 붙어 물이 없이 죽을 시간을 재겠지

방울뱀과 전갈이 우릴 기다린 댓가를 요구할 거야

그러면 지금껏 살아온 듯 돈이 없다 말 할거야

 

치렁치렁 일곱을 온몸에 달고 팔십 육년

막걸리 하나로 사막을 걸어가신 아버지

그리고 그 짐을 놓고 능선에서 가쁜 숨을 쉬며 말했지

없다 굽히지 말고 깡으로 살라고

방울뱀과 전갈 그리고 사막여우를 가까이하지 말라 하셨는데

 

정작 막걸리는 이렇다저렇다 말씀이 없으셨다

주막 없는 사막을 어이 건너 갔을까

눈물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막걸리를 마시지 않아야 하다가

막걸리를 마시다가 사막을 본다

 

아버지가 걸어가신 황량한 사막을 보고싶다

최명규 서천문화원장(대한민국예술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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