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n뉴스=세종] 신수용 대기자·권오주 기자 = "위(상부)에서는 세종아파트나, 서울의 집을 팔라는데 세종아파트가 팔려야지요. 세종으로 내려올 때 특별 공급받은 아파트인데... 어찌할지 아내와 결론을 못내렸습니다."
9일 아침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만난 모 부처 국장급 간부 공무원 A씨는 서울의 아파트와 세종의 아파트중에 한채를 처분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부처가 이전한 뒤인 지난 2016년 노모와 대학생 자녀들과 살고 있던 서울의 아파트를 그대로 두고, 세종으로 내려욌다.
다행이 정부가 세종청사로 이주해오는 각부처 공무원들에 대해 인센티브형식의 특별공급(이른바 특공)의 배려로 세종지역 신도심내 아파트를 매매해 아내와 함께 부부만 이사해왔다.
서울에서 56년을 살아온 아내 역시 공직자라서 특공혜택으로 세종지역 신도심 아파트는 거주하는데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초, 청와대의 지침이라며 2주택자는 1주택을 처분해야 승진 기회가 주어진다는 상급자의 요구아닌 요구를 받았다.
그렇잖아도 세종의 생활이 불편하니 서울로 옮기겠다는 아내를 달래놓고, 집근처 공인중개사사무실에 아파트를 팔겠다고 내놓았다.
그런 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두번인가, 집을 사겠다며 둘러보고 갔지만 모두 허사였다.
세종지역이 조정구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바람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은행대출을 받지 못해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1년이 지났는데, 또다시 승진하려면 서울아파트나 세종아파트를 정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A씨는 "울화통이 터져서 아예 승진을 포기하고, 올 연말 퇴직신청을 해야겠다"고 했다.
정부세종청사내 경제 부처 고위 공무원 B씨도 마찬가지다.
B씨 "아내의 친정은 충남 공주였다가 세종시로 편입된 곳으로 외동딸이어서 처가의 땅과 장인의 집을 물려받았다"라며 "그러는 바람에 서울의 아파트(부부공동명의)와, 세종에서 특공받은 아파트까지 우리 부부는 집이 3채가 됐다"고 설명했다.
B씨 역시 지난 2018년쯤 부처내 상급자로부터 집한채만 남기고 정리하지 않으면 (인사때)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속히 처분하라는 취지로 구두로 지시(?)를 받았다.
B씨는 고시 동기 3,4명의 세종청사내 공무원들과 모였을 때 얘기를 꺼냈더니, 한결같이 '앞길이 창창한데 인사때 불이익을 안 당하려면 처분을 안할수 있느냐'. '세종의 특공아파트를 팔고 서울로 올라가 KTX나 세종청사전용버스로 출퇴근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B씨는 그러나 "엊그제 동기들의 얘기를 들었더니, 세종의 아파트가 안 팔려 안절부절하더라"라며 "위에서는 처분하라고 쪼으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이게 어디 나라일을 하는 중앙부처공무원 꼴이냐"고 했다.
B씨와 함께 기자를 만난 공무원 C 씨도 "공무원들이 어디 정권의 정책 총알받이냐. 만만한게 공무원 아니냐. 특별 공급혜택을 줄테니 몸만 세종으로 내려가라할 때는 언제고...이제와서 집이 두채이상인 사람은 처분하라니 나하나 출세하겠다고 서울의 자녀와 노부무가 사는 집도 내의사대로 못하고 처분하는게 자유민주국가냐"고 개탄했다.
그러나 세종청사내 모 부처 과장급 간부공무원 D시는 "정부의 방침이 그렇다면 국민의 심복인 공직자는 따르는게 맞다. 세금 더내라면 더내고..."라면서도 "그러나 공무원 각자의 사정이 다른 만큼 정부가 처분할 충분한 시간을 주고 판단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6.17부동산 대책에 따른 집값안정방침과 관련, 다주택자에게 세금부과를 강화할 것과 관련 세법을 개정해야한다고 밝혔다.
그중에 특히 고위 공직자들의 2주택이상 보유자는 조속히 처분해 주택 1채만 보유해야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은 청와대·여당을 넘어 행정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정세균 총리의 경우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며 “고위 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2급(이사관) 이상 고위 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조속히 부동산을 팔라는 지시로 읽힌다.
현재 1081명(일반직 기준)에 이르는 2급이상 공직자와 정무직 장차관급을 더하면 대상 규모는 더 많다.
정 총리의 이같은 언급에 따라 총리실등은 정부세종청사내 부처등과 지방자치단체는 고위 공직자 주택 보유 실태를 긴급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