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인 변산을 떠나 유명 래퍼가 돼서 금의환향의 날만을 기다리던 학수는 여전히 고시텔에서 발렛파킹을 하면서 6년째 ‘쇼미더머니’에 출전하고 있다.
절대 살아서 만날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버티다 내려 간 고향에서 학수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고향’과 ‘아버지’를 맞닥뜨린다. 영화 <변산>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변산>은 학수의 랩을 통해 주인공의 이야기와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이 부분이 뮤지컬영화처럼 매끄럽고 세련되지 않는다. 불쑥 불쑥 영화 중간에 끼어들고 랩 가사는 친절하게 화면에 나타나는 등 마치 가난한 고향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영화는 뚝심 있게 이야기를 쭉쭉 끌고 나가 온가족이 둘러 앉아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가 보여주는 소소함이 주는 아름다움과 슬픔, 그리고 행복감이 이번 영화 <변산>에서도 강렬하게 보여줬다. 영화 촬영 현장도 마치 영화처럼 즐거웠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산>에서 주목할 점은 학수와 전직 깡패였던 아버지와 관계다. 영화 <사도>에서 보여준 왕과 세자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집중해 못난 아들을 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영화 <변산>은 아무리 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 아버지를 둔 아들이 어떻게 그 관계를 정리하는지 보여준다.
조폭 출신으로 부인의 장례식에조차 나타나지 못했던 아버지는 아들이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자신을 밟고 넘어서기를 바란다. 아들에게 아버지는 “컴 온, 컴 온, 드루와” 이렇게 외친다.
나의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마주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로 학수는 망설이다 아버지에게로 가 주먹을 날린다. 이제 학수는 아버지를 뛰어 넘어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됐다.
영화 <변산>은 아프니깐 청춘이다를 말하는 꼰대 영화가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를, 과거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장 영화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또한 한없이 가볍기도 한 유쾌한 영화다.
<변산>, 이준익 감독, 2017.07.04 개봉, 123분. 15세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