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숫구멍
뱃가죽을 가르고 포궁을 연다.
아기를 세상 밖으로 이끌기 위해 누군가의 손길이 내 가슴통을 옥죈다.
죽음의 사자가 다가선다.
녹색 가운을 걸친 이는 태연하게 숨을 내쉬라 한다.
손잡아 주는 이의 동공은 습하다.
뱃가죽이 열리고 포성이 들린다.
탯줄이 끊긴다.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따라 세계는 흐른다.
삶이 다가온다. 아기를 품에 쥐어 준다.
이내
날갯죽지 아래에 놓인
앞숫구멍이 뜨겁게 벌름거린다.
[sbn뉴스=서천] 권주영 기자 = sbn서해신문 칼럼위원인 강소산 서천중학교 교사가 ‘월간 시사문단 제263호’에 실린 시로 신인상을 수상해 시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당선된 그의 작품 ‘앞숫구멍’은 생명의 탄생 순간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면서도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시는 단순한 출산 묘사에 그치지 않고, 생명의 시작과 그 과정에 내재한 고통과 신비로움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특히 이 시에서는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실존주의적 성격을 띤다.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표현 기법을 통하여 삶의 신비를 극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현대적 감각의 생명 시로 평가될 수 있다.

강 시인은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 독자에게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만드는 작품을 통해 위로와 울림을 전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 당시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작은 일기장에 서툴게 채운 글에 답문해 준 원종혁 담임교사의 칭찬이 시인으로 출발한 계기가 됐다.
강소산 시인은 “여전히 닻을 내리고 있다. 진로 희망란에 시인을 적었다가 부끄러워 지웠던 적이 있었다. 나의 시를 부끄러워하고, 남의 시를 부러워한 날이 많았다”라며 당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의 끈을 놓지 않도록, 가능성을 발견해 주신 ‘월간 시사문단’에게 감사드립니다”라며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내려놓는 시인이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또한, “24살, 저의 시를 믿어주신 정호준 선생님. 덕분에 시를 다시 선망할 수 있었고 27살, 지면을 할애하여 글을 실어주신 권교용 sbn서해신문 대표님. 꾸며진 문장보다 진솔한 감정의 힘을 알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강성민과 백은영(부모)의 딸로 태어난 건 자부(自負)고 강위로(언니)와 강건의(동생)의 형제인 건 자신(自信)이고 이현철과 김미경(시부모)의 딸이 된 건 자긍(自矜)입니다. 그리고 불멸할 박명(薄明)으로 저를 지켜주는 이경일(신랑)과 이산휘(딸)에게, 자랑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