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문단(文壇)] 콩나물시루

  • 등록 2024.12.06 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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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시렸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구멍 난 바닥에 제각기 몸을 뉘고

꿈꾸던 시간이 마르지 않게

서로의 여윈 발목을 끝없이 적셔주었다.

 

쳇다리를 지나

물받이 자배기 속으로 떨어지는 물소리는

자주 꿈의 언저리를 적셨고

젖을수록 강해지는 꿈들은

조금씩 겨울의 빗장을 풀며 자랐다.

 

아무도 함부로 뿌리 내리지 않았다

어깨에 어깨를 기대면서도

서로의 아픔과 기억을 더듬어 거리를 두고

서로가 일어서야 할 공간을 위해 몸을 움츠렸다.

 

뒤돌아보지 말고

오직 한 줄기로만 살아 오를 것

바닥을 알 수 없는 어둠의 깊이

제각기 허공을 향해 쏘아 올리던

작은 주먹 같은 별들

 

어둡고 무거웠던 하늘을 밀어 올리고

검은 보자기 속 헤아리던 시간과 마주하였을 때

 

우리는 겨울 아침을 녹이는 국 한 그릇,

어울려 위안이 되는 나물 한 접시가 되었다.

오래도록 꿈꾸던 자들의 열망을 모아

소박한 밥상을 다독이는 샛노란 희망이 되었다.

김한중 시인(한국문인협회 서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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