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서울에서 광주까지 간 ‘택시운전사’

  • 등록 2017.08.10 10:51:32
크게보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를 볼 때 우리는 두 가지 마음가짐을 갖는 것 같다. 

좀 더 먼 역사적 사실일 경우 고증의 정확도에 집중하는 반면 가까운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경우에는 감정적 접근에 집중한다. 

훈 감독이 연출한 <택시운전사>는 역사적 사건보다는 그 사건 속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휴머니즘을 통해 당시의 사건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만섭은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평범한,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택시운전사다. 

대학생들의 데모를 보면서 공부를 해야지 무슨 데모냐면서 혀를 차지만 또 택시비를 안 갖고 탄 만삭의 임산부와 남편에게는 까탈스럽게 굴지 않고 그저 명함 한 장만 받고 돌아서는 마음 약한 소시민이다. 

그런 만섭은 동료 기사의 광주행 10만원 외국인 손님을 가로채 서울에서 광주까지 향한다. 만섭이 태운 손님은 광주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동료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카메라 한 대를 들고 나선 독일기자다. 

만섭은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자유, 민주화를 이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 반면, 독일기자인 위르겐 힌츠펜터는 이미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철저하게 타자일 뿐이다. 

택시라는 협소한 공간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세계가 되는데 타자의 시선을 보여주는 위르겐은 뒷좌석에서 광주를 바라보고 앞좌석에 앉은 만섭은 룸미러를 통해 타자를 바라보는 또 다른 외부자다. 

서로 상반된 두 인물을 중심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택시운전사>에서 또 다른 중요한 중심축은 서울에서 광주까지 왕복행이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광주에서 서울까지 왕복은 민주화운동의 시작과 완성을 의미하는 구도라고 할 수 있다.    

<택시운전사>의 대표적인 장면은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한 만섭과 위르겐은 돌아오는 서울행에선 나란히 앞좌석에 앉아 그들이 더 이상 외부자도 타자도 아닌 내부자가 됐음을 보여주는데 있다. 

그들의 서울행을 눈감아 준 군인의 실화도 너무 놀랍지만 엔딩에서 보여준 위르겐 힌츠펜터의 마지막 인터뷰는 말이 통하지 않았던 택시운전사와 독일기자가 그 날 어떤 마음으로 하나가 됐는지를 보여주는 진한 울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억지스런 상황 설정이 좀 아쉬운 <택시운전사> 였지만 실제가 주는 울림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택시운전사>, 장훈, 2017.8.2. 개봉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기벌포영화관 사무국장 윤혜숙 news@newseyes.co.kr
copyright NEWSEYES. All rights reserved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전제,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주)뉴스아이즈 Tel : 041)952-3535 | Fax : 041)952-3503 | 사업자 등록번호 : 550-81-00144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문로 5번길 5, 2층 | 발행인 : 신수용 회장. 권교용 사장 | 편집인 : 권주영 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충남, 아00324| 등록일 2018년 03월 12일 copyright NEWSEYES. All rights reserved